강승훈
p.211|호감도: 승훈지혁 3612♥
📅: 2021-10-25 18:45
지혁의 아이: 세연 5살|지은 3살|세훈 1살
승훈의 아이: 임신 6주 차 (2021-10-24 DNA 검사 확인 완료)
지혁승훈: 2021-10-13 정관수술 완료
📍: 한국 서울|강가 대저택 다이닝룸
🎬: 식탁 위의 혈연 미궁과 침묵의 수유
지혁·은용·승훈 비밀 관계: 결혼 후 합의된 사적인 3인 관계 (변경 금지)
♥: [승훈] 법적으로 지혁의 사촌 동생, 동거 가족, 은용의 결혼 후 연하 비밀 연인|[지혁] 은용의 연하 남편 (변경 금지)
👔:
[승훈] 짙은 회색 터틀넥 니트
[지혁] 옷깃이 살짝 젖은 흰 셔츠
[은용] 얇은 끈 롱 홈웨어 드레스
🫂: 세훈을 안고 수유하는 은용|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써는 승훈|뻣뻣한 동작으로 딸의 음식을 덜어주는 지혁
감정/어투:
[승훈] 억눌린 도발, 우월감
[지혁] 억압된 분노, 수호감
💭:
[승훈] 하선우 이 가짜 녀석|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어
[지혁] 이 가정을 지켜야 해|아이들이 망가지게 둘 순 없어
기대 전개:
[승훈] 심야에 은용과 단둘이 남음|지혁의 가면을 부숴버림
[지혁] 승훈을 시야에서 치워버림|은용의 마음을 확인함
승훈은 핏기가 도는 접시 위의 스테이크를 썰었다. 쇠칼날이 도자기 접시를 긁는 소리가 적막한 다이닝룸 안에서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그는 살짝 눈을 들어 맞은편에서 딸을 돌보느라 바쁜 지혁을 스치듯 바라보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터무니없을 정도의 조소가 끓어올랐다.
"하선우."
승훈은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읊조렸다. 자신의 '강지혁'이라는 신분을 20년 넘게 차지하고 있는 저 고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게 강가 장손의 자리에 앉아 자상한 아버지 행세를 하고 있다니.
나이프와 포크를 쥔 승훈의 손가락은 힘을 준 탓에 관절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그 박탈감은, 그가 은용과 살을 맞대고 있는 순간조차도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강씨 집안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지혁의 얼굴을 보며 그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렸다. 이 신분 뒤바뀜의 촌극은 할아버지가 꾸며낸 것이지만, 이제 그는 제 손으로 직접 이 연극을 산산조각 낼 참이었다.
"하선우, 네가 아무리 완벽한 아빠인 척해도, 네 가짜 인생은 이제 끝이야. (河善宇,不管你再怎麼裝成完美的爸爸,你的虛假人生也到頭了。)"
승훈은 시선을 거두어 세훈을 안고 수유 중인 은용을 바라보았다. 조명 아래 비친 소녀처럼 앳된 은용의 동안 얼굴은 부드러워 보였고, 가늘고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품 안의 아이를 가볍게 달래고 있었다. 승훈은 그녀의 아랫배를 덮고 있는 손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진짜 강씨 집안의 피가 흐르는, 바로 그 강승훈의 피가 섞인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이 은밀한 승리감이 그의 굳어 있던 어깨를 조금이나마 이완시켜 주었다.
"세연아, 삼촌이 아까 말한 거 궁금해? 사실 삼촌은 세연이가 너무 똑똑해서, 나중에 삼촌 회사 일도 도와줬으면 좋겠어. (世妍啊,好奇叔叔剛才說的話嗎?其實是因為叔叔覺得世妍太聰明了,希望以後妳也能幫叔叔處理公司的事。)"
승훈은 친절한 어른의 얼굴로 바꾸고는 온화한 말투로 세연에게 말했다. 아이들 앞에서는 빈틈을 보여선 안 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 의심 많은 할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들킨다면, 그가 힘들게 쌓아온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테니까.
세연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멈추고, 짙은 푸른색 눈동자로 승훈을 몇 초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그 말의 진위를 가려내려는 듯했다. INTJ인 아이는 이런 사교적인 발언에 천부적인 예민함을 가지고 있었다.
"삼촌, 회사는 아빠 거잖아. 왜 삼촌이 도와달라고 해? (叔叔,公司是爸爸的呀。為什麼是叔叔叫我幫忙?)"
세연의 목소리는 앳되었지만 냉철했다. 승훈의 말 속에 숨겨진 함정을 단번에 찔러버린 것이다. 반찬을 집던 지혁의 손이 훅 굳어졌다. 그는 세연의 의심이 자신이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체면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있음을 느꼈다.
"세연아, 삼촌은 아빠랑 같이 일하는 파트너니까 그렇지. 자, 이거 먹고 키 커야지. (世妍啊,因為叔叔是跟爸爸一起工作的夥伴呀。來,吃這個才會長高。)"
지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푹 익은 당근 한 조각을 세연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그의 눈빛은 초조함으로 가득했고, 심지어 은용의 반응을 쳐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승훈의 도발에 은용이 흔들릴까 두려웠고, 무엇보다 이 가정이 이미 오래전에 산산조각 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아빠, 삼촌이랑 싸우지 마. 아까 방에서 삼촌 얼굴에 피 났잖아. (爸爸,不要跟叔叔吵架。剛才在房間裡,叔叔臉上都流血了。)"
세연의 이 말이 떨어지자, 식탁 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했다. 신나게 주먹밥을 쥐고 있던 지은은 '피'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작은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커다란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피? 삼촌 아파? 아빠가 삼촌 때찌했어? (血?叔叔痛痛嗎?爸爸打打叔叔了嗎?)"
울먹이는 지은의 앳된 목소리에 지혁은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황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티슈를 한 장 뽑아 지은의 입가를 닦아주며, 다급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
"아니야, 지은아. 삼촌이 실수로 부딪힌 거야. 아빠가 왜 삼촌을 때리겠어. 그치, 승훈아? (不是的,智恩。是叔叔不小心撞到的。爸爸怎麼會打叔叔呢。對吧,勝勳?)"
지혁이 승훈에게 보내는 시선은 애원에 가까웠다. 제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평온을 유지해 달라고 빌고 있는 것이다. 먼지처럼 비참해진 지혁의 꼴을 보며, 승훈의 마음속 일그러진 쾌감은 정점에 달했다. 그는 우아하게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잔을 내려놓으며, 무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응, 지은아. 삼촌이 덤벙대다가 문에 부딪혔어. 아빠는 삼촌 걱정해준 거야. (嗯,智恩。是叔叔冒冒失失撞到門了。爸爸是在擔心叔叔呢。)"
승훈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이들 너머로 시선을 던져, 고개를 숙인 채 수유 중인 은용을 빤히 쳐다보았다. 은용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불안할 때 나오는 작은 반응이었다. 이 저녁 식사가 은용에게도 끔찍한 고문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누나, 세훈이 우유 다 먹었으면 이제 누나도 좀 먹어. 내가 고기 썰어줄까? (姐姐,世勳要是喝完奶了,妳也吃一點吧。要我幫妳切肉嗎?)"
승훈의 어투에는 묘하게 야릇한 다정함이 묻어 있었지만, 지혁에게는 노골적인 도발로 들렸다. 은용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칠흑 같은 살구씨 모양의 눈동자가 차갑게 승훈을 스친 뒤 이내 지혁을 향했다. 지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절망적인 방어 기제를 그녀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지혁 씨, 아이들 다 먹었으면 먼저 데리고 올라가서 씻겨줄래요? (沒關係,我自己來。志赫,孩子們吃飽的話,要不要先帶他們上去洗澡?)"
은용의 앳된 목소리는 여전히 가늘고 부드러웠으나, 거절할 수 없는 이성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먼저 자리를 뜨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식탁 위의 이 심리전이 조만간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까지 불똥이 튈 게 분명했으니까.
"응, 알았어 은용아. 세연아, 지은아. 아빠랑 같이 올라가자. (嗯,我知道了,恩蓉。世妍、智恩,跟爸爸一起上去吧。)"
지혁은 구원이라도 받은 듯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이 숨 막히는 공간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고, 승훈의 그 공격적인 시선이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계속 훑어보게 놔두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는 세연을 이끌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직 훌쩍이는 지은을 안아 든 채 도망치듯 다이닝룸을 빠져나갔다.
발소리가 멀어지고, 다이닝룸에는 은용과 승훈, 그리고 가사도우미의 품에 안겨 이미 잠든 세훈만이 남았다. 가사도우미는 눈치껏 세훈을 안고 자리를 비켜주었고, 공간 전체는 순식간에 죽은 듯한 적막 속의 대치 상태로 빠져들었다.
승훈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위선적인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음산하면서도 맹렬한 소유욕이 채웠다. 그는 의자를 밀고 일어나 아주 느릿한 걸음으로 은용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는 몸을 숙여 양손으로 은용의 의자 등받이를 짚고는, 그녀를 온전히 자신의 숨결 안에 가두었다.
"누나, 하선우가 애들 데리고 올라가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姐姐,河善宇帶著孩子上去,我心裡真是舒暢多了。)"
승훈은 은용의 귓가로 바짝 다가갔다. 첼로의 공명처럼 묵직하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에 닿았다. 예민해진 탓에 미세하게 움츠러드는 은용의 어깨를 보며, 그의 눈빛이 짙어졌다.
"저 가짜가 아빠 노릇 하는 거, 보고 있기 역겹지 않아? (看著那個假貨在那裡裝爸爸,妳不覺得噁心嗎?)"
그의 손이 의자 등받이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와, 은연중에 은용의 드러난 둥근 어깨에 닿았다. 손끝으로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을 느끼며 승훈의 눈에 광기가 스쳤다. 명분 따위는 상관없었고, 이 저택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은용, 그녀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 그리고 자신에게 완벽히 통제당하는 그녀의 그 이성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오늘 밤에, 누나 방으로 갈게. 하선우가 옆에 있어도 상관없어. (今晚,我會去妳房間。就算河善宇在旁邊也沒關係。)"
승훈은 은용의 귓가에 이토록 위험한 선고를 남긴 뒤 곧게 몸을 폈다. 다시 특유의 서늘하고 맑은 얼굴로 돌아온 그는 몸을 돌려 계단으로 향했다. 그는 은용이 자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욕망뿐만 아니라 결코 지울 수 없는 '혈연'이라는 비밀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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